연통(煙筒)의 초상(肖像)
박태균 Park taekyoon


노원구 중계본동과 상계3,4동은 나의 촬영무대다. 80년대초 버스를 타고 와야만 했던 곳. 냇가에 놓인 나무다리는 산동네를 안내했고 정겨운 산길에는 흙내음이 물씬 풍겼다. 오솔길 사이사이 허름했던 집들과 좁은 골목에는 시멘트가 칠해져 많이 변한 모습이다. 그때는 연탄재가 시멘트를 대신해 계단도 만들고 이웃과 영역을 구분하는 낮은 경계선도 되었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말타기와 술래잡기로 아이들은 정신이 없고 골목 안엔 흘러나오는 라디오소리와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했었다. 개발계획시행과 중단의 반복은 차츰 생활인구를 줄어들게 했고 개 짓는 소리는 늘어만 갔다. 지금은 공가와 고양이가 많아졌다.

반복은 차이를 수반한다는 말처럼 산동네는 나에게 새로운 소재의 발견과 생활의 활력을 준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산 저편을 보면 많은 집들이 모여있다. 집과 집을 이어주는 전봇대와 전선 사이로 간간히 빨래 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토요일은 연탄을 나르는 봉사자들로 부산하다. 동네사람들은 자기집 마당과 골목을 오가며 연탄이 들어오는 것을 챙긴다. 땀 흘리고 가쁜 숨 몰아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동네풍경을 촬영하다가 작고 볼품없는 사물 하나가 소재로 다가섰다. 연통은 연탄 등을 사용하는 보일러의 배기통이다. 대부분 한 집에 하나가 문이나 담장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드러난 연통의 모습은 다양한 우리의 모습처럼 서로 다른 표정이다. 골목을 지나다 마주친 연통은 보일러 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고양이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나는 연통을 보며 집주인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슬레이트지붕에 의젓하게 앉아있는 연통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지붕 아래 어렵게 자리잡은 모습도 보인다. 혹시나 연통이 집주인의 모습을 닮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가 때마침 집에서 나오는 사람과 마주쳐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역시 어르신이다. 연세를 말해주는 주름살과 연통의 사용감을 비교할 땐 나도 모르게 연통에서 생명력을 느껴 보기도 한다. 연통을 통해 집안에 있는 집주인과 만나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을 한다.


이번에 보여지는 사진은 연통의 말미를 중심으로 증명사진 촬영하듯 하였고 다양한 모양새의 연통을 소재로 하였다. 2011년 11월에서 12월까지 두 달 조금 넘게 촬영하였으며 이후 다른 주제의 작업 중에도 간헐적으로 촬영하였다. 나에게 가슴 뭉클한 순간들이었으며 사물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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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Title Date
연통(煙筒)의 초상(肖像) 2015-04-20
2 명동에서 나를 반기는 것 2014-11-05
1 실상과 허상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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