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첸나이에서 만난 사람들” |
요즘 나는 사진 촬영과 아울러 40여년 전에 찍었던 흑백 필름의 스캔 등 여러 해 손 놓았던 사진작업을 다시하며 별스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내게 사진이란 뭘까? 어떻게 한마디로 정의 할 수는 없을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 말이다.
그러다 문득 뇌리를 탁 치는 답이 떠올랐다. “사진은 김치다.” 어제 찍은 사진은 겉절이 같고 오래전 찍은 사진을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보면 꼭 묵은 지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진은 김치다”라고 말하려니 좀 유치한 생각이 든다. 오랠수록 더 깊은 향기를 내는 것은 또 무엇일까? 내가 즐겨 마시는 술이다. 그래 나에게 “사진은 술이다.” 찍을 때와 마실 때 즐거움이 같고 오래 될수록 향기가 나는 것이 술과 사진이니까.
바쁘다고 미뤄 놓았던 사진들을 짬을 내어 정리하다보니 3년 전 학회관계로 사나흘 머물렀던 인도 동남쪽 도시 Chennai에서 찍었던 몇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며 그 시간이 아련히 떠오른다. 3년 전 내게 도시 첸나이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출 퇴근 시간에는 차, 오토바이, 3륜 택시, 자전거와 사람이 한데 엉겨 붙어 있는 아수라장과 같았다.
그런데 3년이 지나 들춰본 첸나이 사진은 순수한 사람들, 종교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 이었다. 시간이 지나 기억 안에서 사진은 숙성되어 향기 좋은 술이 되었나 보다. 나는 어디를 가거나 만난 사람들과 얘기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첸나이에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이들과 잠깐씩 나누었던 대화가 다시 떠오르고, 역시 술과 사진은 묵을수록 향기가 깊어진다는 내 생각에 다시금 고개가 끄떡여 진다. 첸나이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 사원 앞 가게에서 사진 찍어 달라며 포즈 취하던 어린소녀, 무섭게 노려보던 사원의 경비병, 추파를 던지던 남장 여인, 처음에는 사진 찍지 말라더니 결국은 렌즈를 보며 웃던 힌두사원의 승려, 밝게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던 장애인 부부, 사원 입구에서 만난 노숙자를 포함한 여러 아저씨들이 특히 생각나며, 사진 속 그들의 얼굴에선 더 짙은 사람 냄새가 난다.
오래된 것은 좋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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