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삶에 주는 혜택의 경중 보다 먼저 참된 의미와 보람된 삶을 구축하고 싶은 열망이 필요했다. 우주와 시간이 끝없이 거대한 심연이라면 우리 인생은 찰나의 시간이고 시야는 내가 뚫어 놓은 몇 평의 창일뿐이다. 이 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세상은 좁고 불투명하여 창을 넓히거나 깨끗이 닦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저마다의 창이 있지만, 그 창이 다르고 높아서 서로 교감하지 못하는 이 고독은 우리의 존엄이 되지만 때로는 힘들고 아프기도 하다.
의식의 방황을 조용히 묶어둘 무엇이 필요했다. 음력 초하루면 목욕재계하시고 조용히 집을 나서시는 어머니와 작은 절집을 다녔는데 버스에서 내려 십리는 더 걸어가야 했다. 어린나이였지만 스님의 독경소리와 향냄새가 좋아서 투정 안하고 따라다녔다. 그렇게 익숙한 절집을 찾는 것은, 자연스럽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였다.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하면서 온전히 정신만으로 된 듯 열중했다. 옛사람들 목수나 화공이 그랬던 것처럼 카메라를 도구로 신선한 의식처럼 숙연하고 엄숙하게 촬영에 임하였고, 결과물이 마음에 닿지 않으면 한밤을 꼬박 깨어 책장을 넘기고 눈을 부비며 마음자락을 찾고 또 살핀 시간이었다.
“ 산도 땅입니다” 한마디로 복잡했던 마음이 일순간 정리되었다.
바라보고 있으면 먼 산, 들녘 이고 강이지만 걸어서 들어가면 땅이고 길이 된다. 어렵고 힘든 마음에 장벽도 결국 딛고 설 수 있는 땅인 것이다. 탑은 나에게 어디에 있든 무한 긍정, 실존의 의미를 주었다. 땅을 딛고 꿈꾸라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이다. 탑을 찾아서 걷고 또 걸었다. 마음은 편안했고 콧노래도 나왔다. 눈 내리고 먹구름 몰려와도 신이 오른 듯 발은 가볍고 등에 진 카메라 장비는 솜털처럼 무게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냥 그대로 보는 것이다.
2015년 허애영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