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여군의 새벽, 낮, 그리고 밤.... |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여군이란 특수 직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직업 중 남자들과 동일한 자격으로 도전 해 보고 싶은 집단이 군이며 여성으로 갖추어야 할, 지. 용. 미를 배양할 수 있는 곳이 군인이기 때문이다.
우리여군은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조국을 구하는 데는 남녀구분이 있을 수 없다며, 총이 없으면 부지깽이라도 들고 싸우자는 구국의 일념으로 5백여 명의 애국여성들이 피난지 부산에서 여자의용군으로 출발했다.
매년 여군학교와 육, 해, 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등을 통해 4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재원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친 다음 늠름한 군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병아리 여군으로 입교한 순간부터 내부반 생활, 산야에서 들려오는 유격훈련의 함성, 독가스로 얼굴이 일그러진 화생방 훈련, 최전선 판문점에서 우리 여군들과 마주친 넋 나간 북한경비병의 표정......
남군 신병교육대 여군 소대장, 창공에 몸을 던져 조국의 산야를 지키겠다는 검은 베레모의 미녀여군들. 남군들도 받기 힘든 혹독한 훈련속에서도 최신 유행하는 노래와 춤으로 함께 어울리며 쌓인 피로를 풀어 버리는 멋쟁이 여군들. 그녀들이 있기에 이 땅은 평화롭다.
1985년 쯤, 평소 친분 있던 유명작사가가 여군훈련소에서 군복무를 했다면서 여군을 소재로 사진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금남구역인 여군훈련소를 상대로 다큐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1995년 봄 국방부 정훈공보실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병사들 정훈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할 우리나라 ‘성곽’ 사진자료를 찾던 중 필자에게 산성사진 자료가 방대하다는 것을 알고 서...... 인연은 그렇게 이뤄졌다.
필자로부터 여군들의 병영생활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취지를 공감한 국방부가 5년간 취재기간을 승인 해주었다.
튀지 않으면서도 여성스럽고 다부진 모습을 담아내려고 각종 훈련장, 판문점, 위병소, 등 여군이 가는 곳이면 어김없이 쫒아 다녔다. 고된 훈련 중 잠시 휴식하는 특전사여군, 임신한 여군 장교, 취미활동 중인 여군 등등 공개된 훈련 장면보다는 비공개 병영생활 구서구석을 사진가 특유의 냉철함과 예리한시각으로 여성과 군인이란 이질적 요소를 찍으려고 애썼다.
우리나라 여군은 징집의무가 아닌 직업군인이다. 얼룩무늬 전투복에 얼굴도 위장한다. 입가에는 희미하게 립스틱을 바르고 밤에는 꽃무늬의 잠옷을 입고 잔다. 그러나 여성이라고 대충 넘어가는 훈련은 없다. 남군 이상의 강도가 높다.
2000년 6월7일 "여군24시"는 한국보다 한발 먼저 일본 동경 코닥포토살롱에 초대되어 세계최초의 전시회를 가졌다. 때마침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인 평양을 방문하던 날 사진전이 열렸다. 일본 유력지인 아사히신문은 판문점에서 유리창 너머 남조선 여군들의 표정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는 북한 경비병의 사진을 관심 있게 다뤘다.
“북조선 경비병과 남조선 여군들이 정답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오는 것일까? 얼핏 보기에는 유머스러운 사진들도 있지만 사진전체를 살펴보면 결코 웃을 수 없는 한국의 국방현실" 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반세기동안 재원(才媛)을 만들던 여군학교는 남군들과 통합되면서 2002년에 입교한 여군후보생을 마지막으로 폐교가 됐고, 이제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다.
"남자들 숲 속에서 여자나무 몇 그루가 살아가기 쉬운 것이 아니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며, 여자나무 한그루 한그루의 건장한 성장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냄을 명심하겠다던“ 어느 여군 장교의 말이 찡하게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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