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
최진연 Choi jin yeun
그리운 것은 사라져가고 사라진 것은 그립다.
전국에는 70여개의 옛 다리가 남아있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징검다리에서부터 흙다리, 나무다리, 돌다리, 구름다리, 궁궐의 다리, 성곽의 다리, 왕릉으로 가는 길목의 다리 등 길과 길을 잇는 곳엔 어김없이 다리가 놓여졌다. 그러나 사람들의 애환과 전설이 서려 있는 수많은 옛 다리들은 근대화와 개발이란 이름 아래 밀려나고 묻혀지고 부서졌다.

신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은 농사나 고기잡이에 편리한 강 주위나 바닷가에서 모여 살기 시작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부터 왕래가 빈번한 길목이 생기고, 그 길목에 개천이나 발이 빠지는 늪이 있으면 통나무나 큰 돌을 띄엄띄엄 놓아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했다.
이것이 다리의 시초이다.

징검다리는 사람이 건널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다리 형태로서 주변의 바윗돌을 이용해 건너기에 적당한 간격으로 설치하였는데, 오늘날 남아있는 다리 중에 자연과 가장 어울리는 다리이다. 정원이나 연못에 놓인 디딤돌 역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징검다리이다.

흙다리는 마을마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놓은 것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였던 다리이다. 구조가 튼튼하지 못해 매년 다리를 다시 놓는 불편함도 있었으나 노동을 통해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축제의 목적도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산간지방에서 흙다리를 볼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나무다리는 시공이 쉬워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석재보다는 오래가지 못해 남아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동강주변 정선지방에는 90년말 까지 나무를 이용한 다리가 남아 있으나 시멘트 다리로 바뀌었다. 나무다리는 독특하고 운치가 있어, 옛 사람들의 그림이나 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석재가 풍부한 만큼 돌문화가 발달하였다. 현존하는 다리 중에 돌다리가 가장 많으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형태로 변해 왔다. 석재 한 장을 걸쳐놓은 널다리에서부터 조형미가 뛰어난 무지개 모양의 홍예다리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옛 다리는 길과 길을 이어주면서 각 지역마다 자연스럽게 다리와 관련된 전설도 생겨났다. 지명과 도로 이름도 다리와 연관 지어 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다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다리와 연계된 놀이문화도 여러 가지 형태로 발달해 오늘날까지 민속놀이로 전해지고 있다.

놋다리밟기는 안동, 의성 지방에서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 밤에 모여 벌이는 축제이다. 그 유래는 고려 공민왕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민왕이 왕비인 노국공주와 함께 안동지방으로 파천 왔을 때 고을 주민들이 모두 나와 영접하려 했으나, 개천이 길을 가로막아 왕비가 건너지 못하자 젊은 아낙네들이 일렬로 엎드려 다리를 놓아 그 등을 밟고 노국공주를 건너게 했다.

그 뒤부터 이 지역 부녀자들은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밤이면 다리 밟기를 하게 됐으며, 이것이 놋다리밟기 풍습으로 굳어졌다. 또한 정월 대보름날에 다리를 밟으면 일 년 동안 다리에 병이 없고 열두 다리를 밟고 지나가면 열두 달의 액을 면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남아 있다.

우리의 옛 다리는 사람과 사람,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며 만남을 주선하는 장소가 되었고, 사람들은 다리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았다. 그곳에는 고단한 삶을 묵묵히 건너간 옛사람들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예전에는 보았으나 지금은 볼 수 없는 우리의 옛 다리, 그리운 것은 사라져가고 사라진 것은 그립다.

지난 30여 년 동안 사진을 찍느라 구름처럼, 바람처럼 산천을 떠돌았다. 때론 산등성이를 넘고, 숲길, 들길을 헤매고 다녔다.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 옛 다리’ 들을 굴착기로 뭉개버릴 것 같아 신발 끈도 조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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